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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역별 음식 여행 가이드 – 1. 레반트 지역: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의 풍미

hot-pink 2025. 4. 11. 11:55

서론: 중동 음식, 그저 ‘이국적인 맛’이 아니다

중동 음식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이며, 각 지역마다 독특한 재료와 전통, 철학이 깃든 미식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그중에서도 레반트(Levant) 지역은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를 중심으로 한 지중해 동부 지역으로, 중동 요리의 ‘클래식’이라 불릴 정도로 정통성과 다양성을 자랑합니다.
향신료는 과하지 않게 사용되며, 고기와 채소, 곡물의 조화가 탁월하고, 무엇보다 함께 나눠 먹는 전통이 살아 있는 따뜻한 음식 문화가 인상적입니다.

이 지역의 음식은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역사, 공동체 문화, 종교적 가치관이 모두 녹아 있는 삶의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레반트 지역, 즉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는 지리적으로는 작지만, 음식 문화만큼은 중동 전역에서도 손꼽히는 깊이와 다양성을 자랑합니다. 이 지역의 음식은 신선한 채소와 곡물, 향신료의 절묘한 조화를 바탕으로 하며, 나눠 먹는 전통과 손님에 대한 환대 정신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한 나라의 음식을 안다는 것은 단순히 그 맛을 아는 것을 넘어,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첫걸음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레반트 3개국의 대표 음식과 그 문화적 의미를 통해, 중동 미식 세계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중동 지역별 음식 여행 가이드 – 1. 레반트 지역: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의 풍미

 

1. 요르단 – 만사프의 나라, 손님을 위한 진짜 음식

요르단의 대표 음식은 단연 **만사프(Mansaf)**입니다. 이는 바스마티 쌀 위에 부드럽게 익힌 양고기를 얹고, **자미드(Jameed)**라 불리는 말린 요구르트 소스를 끓여 부어 만든 요리입니다. 고소하고 새콤한 맛이 특징이며, 보통 커다란 쟁반에 담겨 여러 사람이 함께 손으로 나눠 먹습니다.

만사프는 요르단 부족 문화의 상징으로, 화해의 상징이자 가장 존중받는 손님에게 내는 최고의 음식으로 여겨집니다. 요르단에서는 전통적으로 만사프를 통해 오랜 분쟁을 마무리하거나, 부족 간 결혼, 장례식, 환영 행사 등을 기념합니다. 음식을 나누는 행위는 단순한 식사가 아닌, 사회적 유대와 명예를 보여주는 의식에 가깝습니다.

  • 현지 음식 체험 팁:
    암만 시내의 ‘하심 레스토랑(Hashem Restaurant)’은 팔라펠, 후무스 맛집으로 항상 붐비며, 저렴한 가격에 전통식 아침을 즐길 수 있습니다. 요르단의 **전통 차(샤이, شاي)**는 민트나 세이지 잎을 넣어 끓이며, 식후에 마시면 속이 편안해집니다.
  • 디저트 추천:
    요르단의 전통 디저트로는 꿀과 견과류가 들어간 **쿠나파(Kunafa)**가 있으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치즈처럼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입니다.

2. 레바논 – 타불레와 케베의 고향, 미식의 예술

레바논 요리는 중동 음식 중에서도 가장 섬세하고 세련된 요리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타불레(Tabouleh)**는 전통적인 샐러드로, 잎채소인 파슬리를 주재료로 하며, 부르굴, 토마토, 레몬즙, 올리브 오일을 곁들여 상큼한 맛을 자랑합니다. 이는 보통 **‘메제(Mezze)’**라는 작은 전채 요리로 함께 제공되며, 여러 가지 음식을 조금씩 나눠 먹는 레바논 식문화의 상징입니다.

**케베(Kibbeh)**는 바삭한 튀김 버전 외에도, 날고기 형태로 먹는 **케베 나예(Kibbeh Nayyeh)**가 유명합니다. 이는 마치 육회처럼 부드러운 고기 맛과 향신료의 밸런스가 조화롭고, 식초와 마늘 소스와 함께 곁들이면 훨씬 풍미가 살아납니다.

  • 레바논 디저트와 음료:
    식사 후에는 **아라크(Arak)**라는 아니스 향의 무색 증류주를 희석해 마시거나, 히비스커스(hibiscus tea), 레바논식 커피로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디저트로는 바클라바(Baklava), 마할라비아(Mahalabia) 등이 사랑받습니다.
  • 여행자 팁:
    베이루트의 ‘아브델 와합(Abdel Wahab)’ 같은 식당은 고급 레바논 미식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현지인뿐 아니라 미식가 여행자들에게도 인기입니다.

3. 시리아 – 알레포의 향신료와 마크루베의 정성

시리아는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나라인 만큼, 음식도 전통과 깊이가 살아 있습니다.
특히 알레포(Aleppo) 지역은 향신료 무역의 중심지로, 커민, 계피, 고수, 마늘, 레몬즙 등이 조화를 이루는 요리가 많습니다.

**마크루베(Maqlooba)**는 쌀, 가지, 고기, 감자를 겹겹이 쌓은 뒤, 통째로 뒤집어 내놓는 요리입니다. ‘뒤집은 밥’이라는 이름처럼, 하나의 냄비 요리가 풍성한 한 상이 되는 이 요리는 잔치나 가족 모임 때 빠지지 않습니다.
**무타발(Mutabbal)**도 후무스와 비슷하지만, 구운 가지의 스모키 한 맛과 타히니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깊은 풍미를 자랑합니다.

  • 시리아 디저트와 음료:

      - 나 마우라(Namoura): 세몰리나 반죽에 시럽을 적신 케이크 형태의 디저트

      - 시리아 커피: 터키식과 유사하지만, 향신료가 더 강조되어 있으며 설탕이 많습니다.

  • 현지 분위기:
    전통적인 식사는 바닥에 깔린 카펫 위에서 가족들이 원형으로 둘러앉아 진행되며, 손님에게 가장 맛있는 부분을 먼저 내어주는 **‘음식의 예절’**이 매우 강하게 지켜집니다.

4.🌿 레반트 요리의 공통점

레반트 음식은 전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닙니다:

  • 병아리콩, 렌틸콩, 부르굴 등 곡물 기반 식재료
  • 타히니(참깨 페이스트), 올리브 오일, 레몬즙의 상큼한 조화
  • **‘메제(Mezze)’**라는 다채로운 전채 요리 문화
  • 손으로 나눠 먹는 식사 문화와 강한 공동체 의식

이러한 요소들은 단순한 맛을 넘어, 현지인의 삶과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여행자로 하여금 깊은 감동을 주곤 합니다.

결론: 음식으로 만나는 사람, 이야기, 그리고 마음

레반트 지역의 요리를 직접 맛보는 것은 마치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인류의 문화적 축적을 입으로 체험하는 일과도 같습니다. 요르단의 만사프에는 부족 간 화해와 공동체의 정신이, 레바논의 타불레에는 자연과 건강을 중시하는 삶의 방식이, 시리아의 마크루베에는 가족의 정성과 정체성이 담겨 있습니다.

이 지역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가 아닙니다. 음식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고, 다름을 이해하는 시간이 됩니다. 특히 중동에서는 손님에게 최고의 음식을 대접하고, 나눔을 통해 우정을 쌓는 문화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레반트 지역을 여행하거나, 그곳의 음식을 접할 기회가 생긴다면 단순히 ‘맛있다’고 평가하는 데 그치지 마세요. 그 음식이 어디서 왔고,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의 여행은 한층 더 깊어지고 따뜻해질 것입니다.

음식은 결국 사람을 잇는 가장 오래되고도 강력한 도구입니다.
레반트의 식탁 위에서 여러분은 음식 이상의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